top of page

글: 호두(@HuTao_P)

고작 보컬로이드, 고작 SeeU(시유).

 

겨우, 아직, 별 거 아니라며 평가 받았던 건 소녀에게 고작(苦作)이었다.

 

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 불빛을 보는 것처럼 시선을 놓칠 수 없었다.

 

그 땐 아무 것도 몰랐다. 다른 이들은 비교하며 짝퉁, 혹은 하위호환이라고 말했기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.

 

소녀는 음악을 들으며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.

 

MV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는 금발의 아이돌.

 

때로는 늘름한 군인이 되기도 하고, 또 어쩔 때는 신비로운 무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.

 

공주, 의사, 해적, 마법사. 아직도 보지 못한 채, 꼭꼭 숨겨진 모습이 아직 넘쳐났다.

 

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소망을 가졌다.

 

'평생 SeeU(시유)와 함께 하고 싶어!'

 

동시에 현실적인 고민이 들기도 했다.

 

'어른이 되면 함께 하긴 힘들겠지?'

 

좋아하는 걸 함부로 말했다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꾸준히 엄습해왔다.

 

소녀는 좋아하는 걸 숨기며 평범함을 연습했다.

 

아이돌처럼 타이트한 옷은 멀리 하고. 알아듣기 힘든 음악은 모른 척하며 애썻다.

 

어느 새, 소녀의 소망은 자취를 감춰갔다.

 

이젠 정말 별 거 아닌 게 되어버렸다. 소망과 함께 잊혀져가며 마치 오래 전에 버린 인형과 같아졌다.

 

이제는 어디서 찾기 힘든, 그 시절의 보물.

 

소녀는 어른이 되서 함께 하긴 정말로 힘들었다.

 

하지만 소중한 기억이기에 잊을 수 없었다.

 

어른이 된 소녀는 줄이 낡은 기타와 마이크를 들었다.

 

"시유, 노래 하자!"

 

기적이 일어난 것일까? 그러자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풍부하게 들렸다.

 

그리고 눈 앞에 상상했던 모습들이 펼쳐졌다.

 

*

 

시유가 카리스마 넘치는 소리를 내며 질문했다.

 

"생명은 창조 되어질 수 있는가?"

 

유니가 말했다.

 

"하지만 생명은..."

 

"그래, 그 생명이 뭐라고 생각하나? 눈으로 보고 손으로 직접 만져본 진실을 말해!"

bottom of page